고린도전서 11장에는 “여자는 예배할 때 머리에 수건을 써야 한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세기 고린도라는 도시의 문화와 그때 교회의 상황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당시에 왜 이런 규정이 생겼는지, 그리고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당시 고린도 사회에서 여성의 모습
1세기 고린도는 상업과 문화가 발달한 도시로, 다양한 종교가 섞여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사회 질서도 엄격했는데, 그중 하나가 ‘남자가 중심이 되는 가정과 사회’였습니다. 당시 고린도에서는 여성이 공적인 장소나 예배 모임에 나갈 때, 남자에게 예의를 보이기 위해 머리에 수건(베일)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머리를 가리지 않으면, 순결하지 않거나 남자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민머리나 짧게 깎은 머리는, 다른 종교의 신전에서 매춘 행위를 하던 여성들이 주로 했던 관습이어서, 고린도 사람들은 그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즉, 여성들이 예배에 참여할 때 수건을 쓰지 않으면 ‘가정을 망치는 망신거리’로 여겨졌고, 이웃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2. 초대교회가 전한 남녀 평등 사상
그런데 복음이 고린도에 전해지면서, 예수님 안에서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주인이나 종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 하나”라는 새로운 평등 사상이 퍼졌습니다(갈라디아서 3:28).
초대교회는 기존 사회와 달리, 남자와 여자를 똑같이 하나님의 자녀로 여겼습니다.
여성도 예수님을 배운 뒤에는 예언을 하거나 기도하고, 찬양하는 등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고린도전서 11:5, 14:26).
그래서 고린도 교회에선 어떤 여성들이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에게 얽매이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머리에 수건을 쓰지 않은 채 예배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당시 초대교회에서 실제로 나타난 ‘남녀 평등 의식의 첫걸음’이었습니다.
3. 바울의 권면: 문화 차이를 고려한 유연한 대처
초대교회에 남녀 평등 사상이 들어오자, 바울은 고린도 교회가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받지 않도록 조심할 것을 권했습니다.
고린도 사람들은 여성이 머리에 수건을 쓰지 않으면 부끄러운 일로 여겼습니다.
만약 교회 안에서도 여성이 수건 없이 예배에 나오면, 밖에서는 “교회가 무질서하다”거나 “풍속을 헤친다”고 비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여자가 기도하거나 예언할 때는 머리에 덮개를 써야 한다”고 권면했습니다(고전 11:5).
바울이 강조하려던 것은, 복음 안에서 누가 더 낫고 못한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 분위기를 존중하면서 교회의 평판을 지키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바울은 11장 16절에서 “만약 이 규례를 지키고 싶지 않다면, 우리나 다른 교회에는 이런 규례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즉, 이 수건 규정은 고린도라는 특정한 상황을 위한 ‘임시 조치’였던 것입니다.
4. 오늘날 머리 수건 규정을 오해하는 경우
그런데 현재 어떤 교회나 종교 단체(예: 하나님의교회)는 고린도전서 11장의 머리 수건 규정을 “예수님이 직접 명령하신 것”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여성 신도가 무조건 수건을 쓰게 합니다.
이런 주장은 당시 고린도의 문화와 상황을 무시한 채, 모든 시대와 지역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됩니다.
바울 스스로도 “다른 교회에는 이런 규례가 없다”고 말했으므로, 이것이 보편적인 규정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1세기 고린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금도 그대로 머리 수건을 강제하는 것은 성경의 본뜻을 왜곡하는 일입니다.
5. 결론: 복음이 말하는 진짜 메시지
머리 수건 규정은 1세기 고린도라는 특정한 문화와 사회를 고려해 바울이 권했던 ‘일시적·상황적 권고’였습니다. 따라서 모든 교회와 모든 시대에 꼭 따라야 할 예수님의 직접 명령으로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복음의 핵심은 남녀가 예수님 안에서 평등하다는 것, 그리고 외적인 모양(shape)이 아니라 마음과 믿음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이 점을 기억하며, 오늘날 우리는 각 지역의 문화와 상황을 고려해 지혜롭게 신앙을 지켜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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