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5장에는 “우상의 제물과 피와 목매어 죽인 것과 음행을 멀리하라”는 예루살렘 공의회의 결정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일부 단체, 예를 들어 하나님의교회에서는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피가 들어간 음식(순대, 선지국 등)을 먹으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사도행전이 기록된 당시 상황과 교회의 고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주장입니다. 이제 그 배경과 의미를 쉽고 짜임새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초대교회에서 율법과 이방 문화가 부딪친 이유
예수님을 믿는 초기 교회에는 모세 율법을 철저히 지키던 유대인 신자들이 많았습니다. 유대 율법에서는 “피에는 생명이 있다”(레 17장) 하여, 동물의 피를 먹거나 마시는 것을 금했습니다. 또 우상숭배와 음행도 구약에서 늘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 큰 죄였습니다.
반면, 이방 지역 사람들은 종교 의례로 우상에게 제사 지내고, 동물이나 때로는 사람의 피를 마시거나 그 고기를 먹는 일이 흔했습니다. 신전에서 성적인 의식을 벌이는 곳도 많았습니다. 이처럼 율법과 이방 풍습이 충돌하면서 교회는 “어떻게 살아야 교회답게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 고민에 부딪혔습니다.
2. 당시 이방 종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
사도행전이 쓰이던 1세기 지중해 지역의 이방 종교 의식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디오니소스(바쿠스) 숭배
이 신을 기리는 축제에서는 술과 짐승의 피를 함께 마시고, 집단적인 흥분 상태에서 난잡한 춤과 성행위가 벌어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극단적 의식도 있었습니다.
키벨레와 아티스 숭배
소아시아와 로마 곳곳에서 믿어진 이 신앙에는, 제사장들이 스스로 거세한 뒤 짐승(혹은 사람)의 피를 마시는 의식이 포함되었습니다. 성적 문란함도 함께 이어졌습니다.
미트라 신앙
로마 군인들에게 인기를 끈 종교인데, ‘타우로볼리움’이라는 의식에서 신도들은 황소를 목매어 죽인 뒤 그 피를 몸에 묻히고 마셨습니다. 의식 후에는 신전 안에서 성적인 행위도 이루어졌습니다.
아르테미스(에베소) 숭배
에베소의 아르테미스 신전은 고대 세계에서 신전 매춘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신전 의식 중에는 목매어 죽인 동물 고기를 나눠 먹었고, 신전 방문자들은 성적 의식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이시스(이집트) 신앙
풍요와 다산의 여신 이시스를 숭배하는 비밀 의식에는, 짐승의 피를 마시고 성적 방종을 함께 벌이는 축제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피’, ‘목매어 죽인 것’, ‘우상 제물’, ‘음행’은 당시 이방 종교 의식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따라서 사도행전 15장에서 “이런 것들을 멀리하라”고 한 것은 단순히 음식 규제 차원이 아니라, 이방 우상숭배 풍습과 확실히 결별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이었습니다.
3. 사도행전 15장 금지 조항의 실제 의미
사도행전 15장의 결정은, 교회가 “무조건 모세 율법 전체를 지켜야 한다”며 이방인에게 부담을 주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유대인과 이방인 신자가 한 교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최소한 이방 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제의적 풍습만은 피해야 한다는 합의였습니다.
동물의 피를 마시거나 피가 든 음식을 먹는 것은, 우상에게 제사 지내는 것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목매어 죽인 동물을 먹는 것도, 죽이기 전에 피가 모두 빼지 않은 상태로 먹는 관습이었습니다.
우상 제물이나 음행은 교회의 거룩함과 연합을 해치는 직접적 위협이었습니다.
따라서 사도들은 “우상숭배와 연관된 제물·피·음행을 멀리하라”고 권함으로써 교회가 이방 문화 속에서 거룩한 공동체로 남도록 지키려 한 것입니다.
4. 하나님의교회 식 해석의 문제점
그런데 오늘날 하나님의교회 등 일부 단체는 이 역사적 의미를 무시하고, “순대나 선지국 같은 피가 들어간 음식은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순대나 선지국은 이방 제의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단지 돼지 피나 소 피가 들어갔을 뿐입니다.
사도행전이 금지한 ‘피’는 “제사 전에 우상에게 바친 동물의 피를 그대로 먹거나 마시는 행위”를 뜻했습니다.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 조리한 순대나 선지국은 이와 완전히 다릅니다.
이런 해석은 교회가 과거 이방 제의와 확실히 결별하길 원했던 역사적 맥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문자만 쫓는’ 오류입니다.
5. 결론: 진짜 신앙의 기준은 무엇인가?
사도행전 15장의 ‘피 금지’ 명령은 초대교회가 “우상숭배 풍습과 단절하고, 교회가 거룩한 연합을 지키기 위해” 내린 실천적 조치였습니다. 이를 오늘날 음식 자체를 문제 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본래 의미를 벗어난 ‘현대판 율법주의’일 뿐입니다.
진정한 신앙의 기준은 음식(순대·선지국 등)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성령을 통해 얻는 자유와 거룩함이 중요합니다(롬 14:17). 그러므로 우리는 사도행전의 역사적 배경과 실제 목적을 분별하여, 단순한 음식 문제로 사람을 정죄하는 잘못된 문자적 해석을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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